By Published On: 2022년 5월 31일Categories: 문학, 소설0 Comments on 옥토끼(1936, 김유정)

옥토끼(1936, 김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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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 1936년 여성 7월호 발표

나는 한 마리 토끼 때문에 자나깨나 생각하였다. 어 떻게 하면 요놈을 얼른 키워서 새끼를 낳게 할 수 있 을까 이것이었다. 이 토끼는 하느님이 나에게 내려주 신 보물이었다.
몹시 춥던 어느 날 아침이었다. 내가 아직 꿈속에서 놀고 있을 때 어머니가 팔을 혼들어 깨우셨다. 아침잠 이 번히 늦은데다가 자는데 깨우면 괜스레 약이 오르 는 나였다. 팔꿈치로 그 손을 툭 털어 버리고,
“아이 참 죽겠네.”
골을 이렇게 내자니까,
“너 이 토끼 싫으냐?”
하고 그럼 고만두란 듯이 은근히 나를 댕기고 계신 것이다. 나는 잠결에 그럼 아버지가 아마 오랜만에 고기 생각이 나서 토끼 고기 를 사오셨나, 그래 어머니가 나를 먹이려구 깨시는 것 이 아닐까 하였다. 그리고 고개를 돌리어 뻑뻑한 눈을 떠보니 이게 다 뭐냐, 조막만하고 아주 하얀 옥토끼 한 마리가 어머니 치마 앞에 폭싸여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눈곱을 부비고 허등지 등 다가앉으며,
“이거 어서 났수?”
“글쎄?”
“글체 어서 났냔 말이야?”
하고 조급히 물으니까,
“아침에 쌀을 씻으러 나가니까 우리 부뚜막 위에 올라앉아서 응크리고 있더라. 아마 누집에서 기르는 토긴데 빠져나왔나봐.”
어머니는 얼른 두 손을 화로 위에 부비면서 무척 기뻐하셨다. 그 말씀이 우리가 이 신당리로 떠나온 뒤 로는 이날까지 지지리지지리 고생만 하였다. 이렇게 옥토끼가, 그것도 이 집에 네 가구가 있으련만 그 중 에서 우리를 찾아왔을 적에는 새해부터는 아마 운수가 좀 피 려는 거나 아닐까 하여 고생살이에 찌들은 한숨을 내 쉬고 하시었다. 그러나 나는 나대로의 딴 회망이 있지 않아선 안 뵉 것이다. 이런 귀여운 윽토끼가 뭇 사람 을 제치고 나를 찾아왔음에는 아마 나의 심평이 차차 피려나부다 하였다. 그리고 어머니 치마 앞에서 옥토 끼를 집어내 들고 고놈을 입에 대보고 뺨에 문질러 보고 턱에다 받헉도 널고 하였다.
참으로 귀 엽고도 아름다운 동뚤이 었다. 나는 아침 밥도 먹을 새 없이 그리고 어머니가 팔을 붙잡고,
“너 숙이 갗다줄려고 그러니 ? 내 집에 들어온 것 은 남 안 주는 법이야. 인내라, 인내.”
이렇게 굳이 말리는 것도 듣지 않고 덜렁거리고 문 밖으로 나섰다. 팃골목으펄 들어가 숙이를 문간으로 (불러 만나보면 물론 툴이 다 떨고 섰는 것이나. 그 부모가 무서워서 방에는 못 들어가고) 넌지시 불러내다가,
“이 옥토끼 잘 길루” 하고 두루마기 속에서 고놈 을 꺼내 주었다. 나의 예상대로 숙이는 가손진 그 눈 을 똥그랗게 뜨더니 두 손으로 담싹 집어다가는 저도 역시 입을 맞추고 뺨을 대보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하 지만 가슴에 다 막 부등켜안은 데는 나는 고만 질색 을 하며,
“아, 아, 그렇게 하면 뼈가 부서져 죽수. 토끼는 두 귀를 붙들고 이렇게‥‥‥”
하고 토끼 다루는 법 까지 아르켜 주지 않을 수 없었다. 하라는 대로 두 귀 를 붙잡고 섰는 숙이를 가만히 바라보며 나는 이 집 이 내 집이라 하고 또 숙이가 내 안해라 하면 얼마나 좋올까하였다. 숙이가 여자 양말 하나 사달라고 부탁 하고 내가 그래라고 승낙한 지가 탄장간이 되련만 그 것도 못 하는 걸 생각하니 내 자신이 뚤쌍도 하였다.
“요놈은 크거든 짝을 채워서 우리 새끼를 자꾸 받 읍시다. 그 새끼를 팔구 팔구 하면 나중에는 큰 돈이 ‥‥‥”
그러고 토끼를 쳐들고 들여다보니 대체 수놈인지 암놈인지 분간을 모르겠다. 이게 저으기 판심이 되어,
“그런데 뭔지 알아야 짝을 채지 !”
하고 혼자 투 던거리니까,
“그건 인제 ‥‥”
숙이는 이렇게 낯을 약간 붉히더니 어색한 표정을 웃음으로 버무리며,
“낭중 커야 알지요 ! “
“그렇지 ! 그럼 잘 길루” 하고 집으로 돌아서는 그 담날부터 매일 한 번씩 토끼 문안을 가고 하였다. 토끼가 나낱이 달라 간다는 숙이의 말을 듣고 나는 퍽 좋았다.
“요새두 잘 럭수?” 하고 물으면,
“네, 무우찌끼만 주다가 오늘은 배추를 주었더니 아주 잘 먹어요” 하고 숙이토 대견한 댄답이었다. 나는 이렇게 병이나 없이 잘만먹으면 다 되려니 생각하였다. 아니나다르랴 숙이가,
“인젠 막 뛰어다니판 똥도 밖에 가 누구 들어와 요”하고 까만 눈알을 뒤굴릴 쪄에는 아주 훤 칠한 어른 토끼 가 다 되 었다. 인제는 짝을 채줘야 할 터 인데, 하고 나는 돈 없음을 걱정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아무킬 생각하여도 돈을 변통할 길이 없어서 내가 입호 있는 두루마기를 잡힐까, 그러면 뭘 입고 나가냐, 이렇게 양단을 망설이다가 한 댓새 동안 토끼 에게 가질 못하였다. 그러나 하루는 저녁을 먹다가 어 머니가,
“금칠 어메게 들으니까 숙이가 그 토끼를 잡아먹 었다더구나!” 하고 역정을 내는 바람에 깜짝 놀랐다.
우리 어머니는 싫다는 걸 내가 디리 졸라서 한 번 숙이네한테 통흔을 넣다가 거절을 당한 일이 있었다. 겉으로는 아직 어리다는 것이나 그 속셈은 돈 있는 집으로 딸을 내놓겠다는 내숭이었다. 이걸 어머니가 아시고 모욕을 당한 듯이 그들을 극히 미워하므로,
“그럼 그렇지! 그것들이 김생 구여운 줄이나 알겠니?”
“그래 토끼를 먹었어?”
나는 이렇게 눈에 불이 번짹 나서 밖으로 뛰어왔으 나 암만해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제 손으로 색동조끼 까지 해입힌 그 토끼를 설마 숙이가 잡아먹을 성실지는 않았다.
그러나 숙이를 불러내다가 그 토끼를 좀 잠깐만 뵈 달라 하여도 아무 대답이 없이 얼괄만 빨개져서 서 있는 걸 보면 잡아먹은 것이 확실하였다. 이렇게 되면 이놈의 계집애파 나에게 벌써 맘이 변찬 것은 넉넉히 알 수있다. 나중에는 같이 살자고 우리끼리 맺은 그 언약을 잊지 않았다면 내가 위하는 그 토끼를 제가 감히 잡아먹을 리가 없지 않는가 나는 한참 도끼눈으 로 노려보다가,
“토끼 가질러 왔수, 내 토끼 도루 내주.”
“없어요.”
숙이는 거반 울 듯한 상이더니 이내 고개를 떨어치며 ,
“아버지가 나두 모르게‥‥‥”
하고는 무안에 취 하여 말끝도 다 못 맺는다.
싶강은 이때 숙이가 한 사날 동안이나 밥도 안 먹 고 대단히 앓고 있었다. 연초 회사에다니며 벌어들이 는 딸이 이렇게 밥도 안 먹고 앓으므로 그 아버지가 겁이 버쩍 났다. 그렇다고 고기를 사다가 몸 보신시킬 형편도 못되고 하여 결국에는 딸도 모르게 그 옥토끼 를 잡아서 먹여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런 속은 모르니까 남의 토끼를 잡아먹고 할말이 없어서 벙벙히 섰는 숙이가 미웠다. 뭘 못 먹어서 윽토끼를, 하고 다시 ,
“옥토끼 내놓슈, 가걱갈 테니” 하니까,
“잡아먹었어요.”
그제서야 바로 말하고 언제 그렇게 고였는지 눈물 이 뚝 떨어진다. 그리고 무엇을 생각했음인지 허리춤 을 뒤지더니 그 지갑(은 우리가 둘이 남몰래 약흔을 하였을 때 금반지 살 돈은 없고 걷-하긴 하고 해서 내가 야시에서 15전 주고 사넣고 다니던 돈지갑을 대신 주었는 데 그것)을 내놓으며 새침히 고개를 트는 것이다. 망할 게집애, 남의 옥토끼를 먹고 요렇게 토라지면 나는 어떡하란 말인가. 하나 여기서 더 지껄였다는 나 만 앵한 것을 알았다. 숙이의 옷가슴을 부랴사랴 헤치 고 허리춤에다 그 지갑을 도로 꾹 찔러 주고는 쭐아 을까 봐 짐으로 힝하게 달아왔다. 게다 내 옥토끼를 먹었으니가 암만 즈 아버지가 반대를 하더라도, 그리 초 제가 설흑 마음이 없더라도 인제는 하릴없이 나의 안해가 꼭 되어 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나는 생각하고 이불 속에서 잘 따져 보다 피 옥토끼가 나에게 참으로 고마운 동물임을 비로소 깨달았다.
(인제는 틀림없이 너는 내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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