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Published On: 2022년 8월 24일Categories: 문학0 Comments on 필승전(필승前)(1937, 김유정)

필승전(필승前)(1937, 김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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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 1937년 3월 18일 안회남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

필승아.
나는 날로 몸이 꺼진다.
이제는 자리에서 일어나기조차 자유롭지가 못 하다.
밤에는 불면증(不眠症)으로 하여 괴로운 시간(時閒)을 원망하고 누워 있다.
그리고 맹열(猛熱)이다. 아무리 생각하여도 딱한 일이다.
이러다는 안되겠다. 달리 도리(道理)를 채리지 않으면 이 몸을 다시 일으키기 어렵겠다.

필승아.
나는 참말로 일어나고 싶다. 지금 나는 병마(病魔)와 최후 담판이다.
홍패(興敗)가 이 고비에 달려 있음을 내가 잘 안다.
나에게는 돈이 시급(時急)히 필요(必要)하다. 그 돈 이 없는 것이다.

필승아.
내가 돈 백 원(百圓)을 만들어 볼 작정이다.
동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네가 좀 조력(助力)하여 주기 바란다.
또다시 탐정소설(探偵小說)을 번역하여 보고 싶다.
그 외(外)에는 다른 길이 없는 것이다. 허니, 네가 보던 중(中) 아주 대중화(大衆化)되고,
흥미 있는 걸로 한둬 권(卷)보내 주기 바란다.
그러면 내 오십일(五十日) 이내(以內)로 번역해서 너의 손으로 가게 하여 주마. 허거든 네가 극력 주선(極力周旋)하여
돈으로 바꿔서 보내다오.

필승아.
물론(勿論) 이것이 무리(無理)임을 잘 안다. 무리(無理)를 하면 병(病)을 더친다.
그러나 그 병(病)을 위하여 엎집어 무리(無理)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나의 몸이다.
그 돈이 되면 우선 닭을 한 삼십(三十)마리 고아 먹겠다.
그리고 땅군을 들여 살모사, 구렁이를 십여(十餘)뭇 먹어 보겠다. 그래야
내가 다시 살아날 것이다.
그리고 궁둥이가 쏙쏙구리 돈을 잡아 먹는다.
돈, 돈, 슬픈 일이다.

필승아.
나는 지금 막다른 골목에 맞닥드렸다.
나로 하여금 너의 팔에 의지(依支)하여 광명(光明)을 찾게 하여 다우.
나는 요즘 가끔 울고 누워 있다.
모두가 답답한 사정이다.
반가운 소식 전해다우.
기다리마.

3월 18일(三月 十八日)
김유정(金裕貞)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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