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키모의 이야기(1924, 방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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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 1924년 8월 『어린이』 2권 8호에 발표

더웁다고 아무리 더워! 더워! 하여도 서늘해지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이야기만 들어도 아주 서늘한 이야기를 내가 해 드리지요. 어떻게 서늘한가 조용히 앉아 들어 보십시오. 이 이야기는 꾸민 이야기가 아니라 정말 사실 이야기입니다. 그런 줄 알고 들어 주십시오.
우리가 살고 있는 조선 안에서, 북쪽이라 하면 저 압록강·두만강과 백두산을 가리키겠지만, 그보다도 더 먼 북쪽으로 가면 아주 춥고 눈만 쌓인 러시아의 시베리아 벌판이 있습니다. 거기는 아무것도 없고 다만 얼음과 눈만 쌓인 무섭게 추운 곳이므로, 나라에 큰 죄를 지은 죄인의 귀양살이밖에 없는 곳입니다.
그러나, 거기서도 또 북쪽으로 멀리 멀리 한없이 가면 춥고 춥고 아주 어떻게 형용해서 말할 수 없이 추운 곳, 그린란드라는 곳이 있고 에스키모 인종이 어떻게 그렇게 추운 곳에서 살고 있는지 내가 그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첫째, 그 곳은 어떻게 몹시 추운지 일 년의 3분의 2는 겨울이랍니다. 즉, 열두 달 중에 넉 달만 빼고는 여덟 달 동안이 내리 겨울이므로, 사철 눈하고 얼음 속에 파묻혀 있는 무섭게 추운 곳입니다. 거기까지 가 보고 온 서양 사람들의 말을 들으면, 펄펄 끓는 술이나 맥주라도 하늘로 올리면 그것이 금방 얼어서 눈이 되어 내려온다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사람이 숨을 쉬면 콧김이 콧구멍 밖에까지 나갈 사이도 없이 콧구멍 속에서 바늘 끝같이 얼어붙고, 수염도 얼어서 옷에 붙으면 가위로 끊어 내게 된다 합니다.
그리고, 그보다도 더욱 신기한 일은, 겨울 동안 여러 달이 되도록 도무지 해가 뜨지 않으므로 캄캄한 밤중으로 지내는데, 하얗게 쌓인 눈빛과 별빛으로 간신히 무엇을 볼 수 있답니다.
거기 사는 에스키모 인종들의 하는 일이라고는 기껏 해야 사냥과 고기잡이 두 가지밖에 없는데, 사냥을 하여 짐승을 잡아서는 기름은 짜서 불을 피우는데 쓰고, 가죽은 벗겨서 옷으로 입고, 고기는 잡아서 먹고 사는 일밖에 아무 일도 없습니다. 반은 썩은 말린 생선과 고래 기름 같은 것을 그들은 제일 좋은 음식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생선 속에서 짜 낸 기름은 등잔불 켜는 데 쓰고, 뼈는 썰매(눈이나 얼음 위를 타고 다니는 것)를 만드는 데 쓴답니다. 그 곳에는 나무가 별로 없고, 있대야 키가 납작하여 땅에 달라붙은 것뿐이니깐 큰 제목은 도무지 없답니다.
그러므로, 그들은 집을 지으려도 나무가 없으므로 눈집을 짓고 산답니다.
눈을 뭉쳐서 널빤지나 벽돌처럼 만들어서 그것으로 벽을 쌓고, 천장도 역시 눈으로 둥그렇게 만들어서 덮으며, 남쪽으로 조그만 구멍을 뚫어서 출입문을 만든 다음 거기다 짐승의 가죽을 문짝처럼 매어답니다. 그리고, 눈천장에 구멍을 뚫고 얇은 얼음장을 끼워서 유리창을 삼습니다.
어떻습니까? 여러분! 그렇게 눈과 얼음으로만 지은 집에 살았으면 속까지 시원하지 않겠습니까? 지금이라도 그 그린란드에 가시면 그러한 눈으로 지은 집 속에서 서늘하게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눈으로 지은 집 속에는, 역시 눈으로 벽에다 대어서 붙박이걸상을 만들어 놓고 그 위에 짐승 가죽을 덮고 거기서 잡니다.
눈과 얼음으로 만든 집이므로 그 안에서 불을 피우지는 못합니다. 불을 피우면 집이 금시에 녹을 것이니까요, 그들이 물을 끓이려면, 큰 가죽주머니에 눈이나 눈 녹은 물을 담아서 주둥이를 벌려 놓고, 그 주머니 속을 불에 뜨겁게 달굴 때는 집 밖에 멀리 나거서, 고래 기름이나 다른 생선 기름에 불을 켜가지고 눈을 녹여서 먹을 물을 만들고 있습니다.
에스키모 인종은 개가 없으면 살 수 없다는 듯이 개를 많이 기르고 많이 부려먹습니다. 그 곳에 있는 개는 주인이 사냥을 가면 아무리 눈이 산더미같이 쌓인 속에라도 헤치고 들어가서 짐승을 물어 옵니다. 그리고, 그것뿐 아니라 썰매를 잘 끌어 주인을 태워 가지고 먼 길을 잘 갑니다.
썰매 하나에 개를 열두 마리 혹은 열다섯 마리씩이나 매어 놉니다. 그러면 개들은 길을 잃어버리는 일도 없이 잘 달려갑니다. 그리고 아무리 캄캄하거나 아무리 함박눈이 퍼붓더라도, 무섭게 날카로운 코로 냄새를 맡아 가면서 방향을 잘 찾아갑니다.
그렇게 하여 한이 없이 하얗게 쌓인 눈 위로 하루에 오백 리씩이나 여행을 합니다. 여러분, 생각해 보십시오. 그렇게 몹시 추운 곳, 그렇게 넓은 눈벌판 위를 썰매를 타고 바람을 차면서 오백 리씩이나 쑥쑥 나아갈 때에 얼마나 시원하고 유쾌하겠습니까!
그렇게 오백 리씩이나 가다가 피곤하여 중간에서 쉴 때는, 주인은 또 눈을 뭉쳐서 벽을 둘러쌓고, 또 눈으로 지붕까지 덮은 다음 그 속에서 자며, 개들은 제각기 눈 쌓인 속으로 기어들어가서 웅크리고 잡니다. 주인이 잠이 깨어서 눈집에서 나와 소리를 치면, 흡사 무덤처럼 소복소복 모여 있는 눈덩이들이 부스스 일어납니다. 그것들이 모두 개예요. 개가 눈 속에 엎드려서 온 밤중을 눈 쏟아지는 속에서 자고 있었던 것입니다. 끝도 없는 추운 벌판에 함박눈은 그칠 줄 모르고 내리고, 그 속에 에스키모 인종들의 여행은 날마다 날마다 계속되어 가는 것입니다. 여러분! 가 보고 싶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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