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Published On: 2022년 11월 21일Categories: 문학0 Comments on 천사(天使)

천사(天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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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 1923년 1월 3일 『동아일보』 에 실림

“착한 아이가 죽으면 천사가 날아와서, 그 조그만 죽은 몸을 두 팔로 안고 커다랗고 하얀 날개를 펴면서, 아이가 좋아하던 동리의 위를 훌훌 날아넘어가면서 한 아름이 되도록 꽃을 따서 안고 갑니다. 천사가 그 꽃을 하느님께 가지고 가면, 그 꽃은 땅 위에 있을 때보다도 훌륭하게 더 고와집니다. 그러면, 하느님께서는 그 꽃을 받아 안으시고, 그 중에 제일 좋은 꽃에 입을 맞추어 주십니다. 이렇게 하여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꽃은 소리를 치며 기껍게 노래를 부릅니다.”
어느 해 천사는 죽은 아이를 하늘로 데리고 가면서 이런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아이는 꿈같이 어렴풋하게 그 말을 듣고 있었습니다.
이야기를 하고 듣고 하는 동안에, 천사와 아이도 어느 틈에 아이가 땅 위에서 늘 놀던 동리의 위를 넘어 지나서 아름다운 꽃이 피어 어우러진 꽃밭에 벌써 이르렀습니다.
거기서 천사는,
“어느 꽃을 뽑아다가 하늘에 갖다 심을까?”
하고 물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아이는 고개를 들어 보니까, 그 꽃밭에는 여러 가지 꽃나무 틈에 한 조그맣고 가느다란 장미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누가 그렇게 장난을 하였는지 반쯤 핀 봉오리 달린 가지는 모두 꺾어져서 축 늘어져 있었습니다.
그것을 보고 아이는 퍽 측은해 하는 듯이 슬퍼하는 얼굴로,
“에그, 가엾어라! 이런 꽃도 하늘로 가져가면 잘 피겠습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천사는 잠자코 그 장미꽃 나무를 뽑아 들더니,
“아아, 착한 아이!”
하고, 아이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습니다.
아이는 그대로 꿈꾸는 듯이 사랑스러운 두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있었습니다,
“자, 이제는 다른 꽃도 어서 땁시다.”
하고, 둘이는 한 아름이나 되도록 꽃을 많이 땄는데, 그 중에는 사람들에게 미움받는, 금잔화(金盞花)와 할미꽃도 정성스럽게 뽑아 넣었습니다.
“그만하면 훌륭하니 그만 해 가지고 어서 가지요.”
하고 아이가 말하니까 , 천사도 그 말을 듣고 곧 일어섰습니다. 어느 틈에 벌써 밤이 깊어서 더할 수 없게 사방이 고요하였으므로, 둘이는 그냥 그 길로 그 동리의 좁다란 골목으로 날아갔습니다.
그런데, 마침 그 날 그 동리에는 대청소가 있었으므로, 그 자리에는 지저분한 북더기와 깨어진 헌 그릇이 여기저기 내어진 채로 굴러 있었습니다.
천사는 그 중에서 화초분 깨어진 조각과 맑은 흙덩어리 몇 낱이 한 무더기가 되어 있는 것을 보라고 손으로 가리켰습니다. 그 흙덩어리는 화초분에서 굴러나온 것인데, 화초 나무의 뿌리로 하여 엉키어 있기는 하지만 꽃나무도 마른 까닭으로 길거리에 내어 던져진 것이었습니다.
“이것도 가지고 갑시다. 응? 그 까닭은 내가 지금 가면서 이야기해 드릴것이니…….”
하고, 천사는 그것을 거두어 모아 가지고 다시 날개를 훨훨 펴가면서 날아가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지금 그 좁다란 동리의 굴 속같이 가난한 집에, 불쌍한 아이가 병으로 누워 있었습니다. 그 아이는 세상에 나면서부터 항상 병으로 인하여 줄곧 누워 앓고만 있었으므로, 병이 적이 나을 때에도 지팡이를 짚고 방 속에 두서너 번 왔다갔다하기도 간신히 하는 터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굴 속 같은 오막살이 속에서 거의 해를 못 쪼이고 지냈습니다. 여름이면 잠깐 동안은 이 굴 속 집에도 간신히 한 반 시간쯤 볕이 들어 비치는데 그럴 때에는 그 불쌍한 아이는 병석에 누운 채로, 오래 가만히 햇볕을 쪼이면서, 가늘디 가는 손을 앙상하게 얼굴 위까지 가져다가 햇볕에 비추어, 그 손의 살 속에 겨우 조금 남아 있는 피가 붉게 비치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불쌍한 신세였으므로 바깥 세상의 산이 어떻고, 바다가 어떠한 것도 도무지 알 길 없고 오직 한 번 이웃집 아이가 느티나무 가지 하나를 꺾어다 주었으므로, 나뭇잎이나 수풀 빛이 파란 것인 줄 알 뿐이었습니다. 그 후로는, 그 이웃집 아이에게 받은 느티나무 가지를 머리맡에 꽂아 놓고, 자기가 볕도 쪼이고 새도 울고 하는 커다란 느티나무 가지를 머리맡에 꽂아 놓고, 자기가 볕도 쪼이고 새도 울고 하는 커다란 느티나무 그늘에서 잠을 자고 있는 꿈을 꾸고 있었습니다. 그 후, 얼마 지난 후에 이웃집 아이가 이번에는 여러 가지 화초를 갖다 주었습니다. 그 중에 다만 하나가 뿌리가 달려 있었으므로, 아이는 그것을 분에다 심어 달라 하여, 늘 드러누워 있는 자리 옆의 들창에 올려놓았습니다. 이렇게 하여, 심겨진 화초는 점점 크게 자라고, 새싹이 돋아서 해마다 꽃이 피었습니다. 그 화초가 그 불쌍한 아이에게는 넓고, 놀기 좋은 마당같이 생각되어 이 세상에 다시 없는 귀중한 것으로 알게 되어서 병든 몸에는 다만 , 하나뿐인 동무인, 그 화초를 물도 뿌리고 햇볕도 쬐어 주고 하면서, 그것을 위하여 적지 않게 걱정을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그 화초의 꿈을 꾸기도 하고, 좋은 향긋한 냄새를 맡기도 하면서 그 꽃을 보고 기뻐하면서 스스로 제 신세를 위로해 가며 살았습니다.
그러나, 그 불쌍한 아이는 기어코 죽어 버렸답니다. 벌써 그 아이가 하늘나라에 온 지 일 년이나 되는 해, 그 꽃은 그냥 그대로 그 들창 위에 놓인채로 내버려 있더니, 이윽고 꽃과 나무가 마르니까, 그냥 내어 팽개치게 되어 땅 위로 굴러 나와서 깨어졌답니다. 그것이 아까 우리가 긁어 모아 가지고 온, 이 불쌍한 꽃뿌리랍니다. 이렇게 보잘것 없는 것이라도, 임금님의 정원에 놓여 있는 훌륭한 화초보다도, 훨씬 더 아이를 위로해 주고 있었답니다.”
날아가면서 천사의 이 불쌍한 이야기를 듣고, 그 품 안에 안겨 있던 아이는 천사에게,
“어떻게 그런 일을 샅샅이 자세히 아십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그러니까, 천사는 곧 이렇게 대답하였습니다.
“자세히 알기만 해요? 그 병든 불쌍한 아이는 실상은 지금 그 이야기를 하는 나랍니다. 그러니 내가 어떻게 이 꽃을 잊겠습니까”
이 말을 듣고 안겼던 아이는 눈을 번쩍 뜨고, 그 천사의 예쁘고도 부드러운 얼굴을 다시 말끄러미 들여다 보았습니다.
마침 그 때 두 사람은 벌써 찬란한 하늘 나라에 당도하였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안겨 온 죽은 아이를 받아 안고, 다른 천사들과 같이 잔등 위에 희고 부드러운 큰 날개를 붙여 주셨습니다.
그러고 나서는 천사가 가져온 꽃을 받아서 가슴에 안고 꺾어진 장미꽃과 마른 꽃뿌리와 다른 모든 꽃 위에 입을 맞추어 주시니까, 꽃은 모두 일시에 기꺼운 소리를 치고 하느님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노랫소리는 어느 때까지든 유창하게 울려 퍼졌습니다. 그리고, 죽어서 천사가 된 아이의 소리도 말랐던 화초의 소리도 그 속에 섞여 있었습니다.

(안데르센 집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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