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고수(少年 鼓手)(1927, 방정환)
ㅁ 1927년 5월 『어린이』 에 발표
오스트리아와 전쟁할 때, 그 때의 불란서의 군대에는 한 사람 17세 되는 소년 고수(북 치는 사람)가 있어서, 사령관의 명령대로 호령 대신의 북을울리어 군대를 전진시키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부대와의 연락이 끊어지고, 외롭게 떨어진 군대였으므로 처음에는 모르고 자꾸 전진하다가 몹시 수많은 오스트리아 본군을 만나 큰 변을 당하게 되었습니다.
탄환도 얼마 남지 않았고, 연락이 끊어져서 원군도 올 길이 막연한 위에 적병 본군의 포탄은 폭풍우와 같이 쏟아지는지라, 사자의 앞에 기어가는 작은 토끼 모양이 되어 단번에 전멸을 당하게 됨에, 연전 연승하여 패배해 본적이 없는 불군도 이번은 꼼짝할 수 없이 얼른 퇴군하여 다른 부대와 합력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이 되었습니다.
눈깜짝하는 동안에도 여러 사람씩 적탄에 쓰러지는 것을 보는 사령관은원한의 눈물을 머금고 소년 고수에게 퇴군곡을 치라고 명령하였습니다.
그 때에 소년 고수의 얼굴은 창백해지고, 눈에는 핏발이 섰습니다. 그리고, 부르짖었습니다.
“사령관! 저는 퇴군곡을 배우지 못하였습니다. 우리 불란서의 군인은 진군곡 외에는 아는 것이 없습니다.”
하고 말이 끝나기도 전에 두 팔과 전신의 힘을 다하여 돌격하라는 군호의북을 두들기었습니다.
평시도 엄하지마는 더구나 전쟁 때에는 상관의 명령을 거역하면 당장 사형을 집행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때의 사령관은 소년 고수의 말 끝에 다만 미친 사람같이’오!’하고 소리쳤을 뿐입니다.
퇴군을 기다리고 있던 전 군대는 이 의외의 돌격곡을 듣자, 자기네의 뒤에응원군이 온 줄 알고 기쁨과 자신을 얻어 일시에 ‘으악’ 소리를 치면서용맹스럽게 돌격해 들어갔습니다.
이 편을 우습게 여기고 있던 오스트리아 본군은 이 뜻밖의 돌격을 받으면서,
“이것은 필시 불란서의 대군이 저 뒤에 몰려오는 것이다.”
생각하고 정신을 수습하지 못하고 모진 바람에 마른 잎이 날으듯 흩어져달아났습니다.
소년의 두드리는 북소리는 그칠 새 없이 점점 높이 울리고, 원기를 얻은 불란서 군은 북소리에 따라 맹렬히 돌격을 하여 쫓기는 적군의 뒤를 몰아들어 갔습니다.
아아! 놀라운 북소리! 작은 힘으로 넉넉히 적군의 진지를 점령하고, 불군이 만세를 부를 때 어린 고수는 북을 안은 채로 군기 밑에 기절하여 쓰러져있었습니다.
아아! 이 글을 읽는 동무들이여! 우리는 다 같이 이 아래의 한 줄을 세 번씩 되씹어 읽읍시다.
“우리 조선 소년은 물러설 줄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