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Published On: 2022년 10월 31일Categories: 동화, 문학0 Comments on 작은 용사(1927, 방정환)

작은 용사(1927, 방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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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 1927년 『어린이』 2월호에 연재

“전교 학생은 운동장으로 집합하라!”
는 교장의 명령이 졸지(별안간)에 내렸습니다.
‘하학하여 돌아갈 시간인데 무슨 일일까, 무슨 일일까?’
하고, 4백여 명 학생이 궁금해 하면서, 운동장 복판에 반반이 열을 지어 늘어섰더니, 한 열에 선생 한 분씩이 달려들어 끝에서부터 차례로 학생의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하였습니다.
학생 중에 흡연(담배 피우는 것)을 하는 악풍(나쁜 풍습)이 있다고 소문이 돌아서 궐련 가진 학생을 찾아내려고 조사하는 것이었습니다.
각 반 각 열을 일시에 했으므로 조사는 속히 끝났습니다. 그러나, 궐련 가진 학생은 한 사람도 드러나지 않고, 다만 운동장 한편 담 밑에 누가 던졌는지 아까까지 없던 궐련 한 갑이 떨어져 있는 것이 발견된 것뿐이었습니다.
보고와 함께 그 궐련갑을 받아든 교장은 엄숙한 말로,
“누구든지 이 궐련을 내어던진 사람은 내 앞으로 나오라.”
하였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아무리 나오라 하여도 시간만 헛되이 지나갈 뿐이요, 저녁때가 되도록 아무도 나오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기착을 하고 서서 두 시간 반, 다리는 부러질 듯이 아프고, 석양은 지붕을 넘어갔는데 차차로 어두워가는 마당에 선 채로 그래도 나오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어느 때까지든지 궐련을 버린 사람이 떳떳이 나오기 전에는 밤을 새워도 해산 명령을 안 할 터이다!”
이 엄격한 교장의 말에 학생은 물론이요, 선생들까지도 놀래었습니다. 누구든지 버린 사람이 얼른 나가야지, 한 사람 때문에 모두 벌을 당한단 말이냐고 수군거렸습니다. 그래도 나가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 때, 어둑어둑 컴컴해지는 그 때에 한 사람 뚜벅뚜벅 교장의 앞에 나아가,
“제가 버렸습니다.”
하는 학생이 있었습니다.
누구인가 누구인가 하고, 그 많은 사람의 눈이 그에게로 쏠리었습니다. 머리 큰 장난꾼 학생일 줄 알았더니 천만 뜻밖에 어리디 어린 품행 얌전한 소년이었습니다.
“네가 정말 버렸느냐?”
교장은 다정히 물었습니다.
“네 ─, 제가 버렸습니다.”
대답은 분명하였습니다.
“그러면 담배가 몇 개가 들어 있느냐?”
“……”
소년은 대답을 못하였습니다.
“왜 네가 안 버린 것을 네가 버렸다고 하느냐?”
“저 한 사람을 벌 주시고 여러 학생은 곧 돌려보내 주십시오. 배가 고프고, 다리가 아파서 더 오래 섰을 수가 없습니다.”
소년의 말 끝은 떨렸습니다.
“오오, 귀여운 용사여.”
하고, 교장은 달려들어 손을 쥐었습니다. 그리고, 한층 높고 큰 소리로,
“이 어린 학생은 다른 여러 학생을 일찍 돌아가게 하기 위하여 남의 죄에 자진해 나온 훌륭한 용사입니다. 여러 사람을 구원하기 위하여 자기 한 몸의 고생을 감수(달게 받는다.)하는 것을 희생이라고 합니다. 이 세상에 희생의 정신보다 더 거룩한 정신은 없습니다.”
하고, 곧 해산을 명령하여 돌려보냈습니다.
그 때, 맨 나중에 혼자 남아서 교장의 앞에 가서 눈물을 흘리는 학생이 있었으니, 그는 소년의 희생 정신에 감동되어 궐련 버린 것을 자백(스스로 고백하는 것)한 학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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