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아닌 도둑(1927, 방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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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 1927년 『어린이』 5권에 발표

한 집에 도둑이 들어 , 손에 칼을 들고 주인이 책을 읽고 있는 방에 가서,
“꼼짝 말고 돈을 내놓아라.”
하였습니다.
책에 정신이 쏠리어, 처음에는 듣지 못하더니, 두 번째 크게 지르는 소리에 책에서 돌아 앉으면서 천천한 말로,
“이 밤중에 어디서 오신 손님이시오?”
하는지라 도둑이,
“잔말 말고 돈을 빨리 내어 놓아라.”
하고, 크게 호령하면서 칼을 들어 위협하였습니다.
“허허! 당신이 돈을 쓸 일이 있어서 왔구려……. 그럼 진작 그렇게 말씀하지시요.”
하도 주인이 태연하니까, 도둑은 속으로 슬그머니 겁도 나고 또 더욱 초조해져서,
“잔말 말고 어서 내놓아라. 쓸 일이 있으니까 왔지…….”
하고, 바싹 달려들었습니다.
“쓸 일이 있어서 돈 가진 사람에게 돈을 달라 하는 것이 그리 틀린 일이 아니어든, 이렇게 칼까지 들고 올 것이야 무엇 있소. 자아, 지금 내 집에는 이것밖에 없으니 쓰실 일이 부족하지 않거든 가져다 쓰시오.”
하고, 책장 밑에서 내어 놓는 돈을 도둑이 받아서 세어보니 390원이라 마음에 흡족하여, 그대로 품 속에 웅크려 넣고 급급히 나가는데 주인이,
“여보, 여보!”
불러 놓고,
“아무리 적은 돈이라도 받아갈 때에는 받은 인사를 하고 가는 것이 좋지않겠소.”
하는지라 도둑이 마지못하여,
“고맙소.”
한 마디 내어던지고 황급히 달아나 버렸습니다. 그 이튿날 아침에, 순사한 사람이 그 도둑을 포박하여 데리고 찾아왔습니다.
“이놈이 붙들려 자백하기를, 어젯밤에 이 댁에 칼을 들고 들어와서 돈 390원을 강탈하였다고 하니 분명히 390원만 빼앗기셨습니까?”
“아아니오. 돈은 분명히 390원인데, 빼앗긴 것이 아니라 내가 드린 것이요.”
“아니올시다. 이놈이 제 입으로 칼을 들고 협박하였다고 그러는데요.”
“실례의 말씀을 하지 마시오. 내가 변변치 못한 위인이로되, 칼이 무서워서 싫은 것을 빼앗길 사람은 아니오. 저 사람이 쓸 일이 있다고 달라고 하니까 드렸을 뿐이요.”
듣고 있던 도둑도 주인의 말에 하도 양심이 아파서,
“아니올시다. 사실로 강도질을 해 간 것입니다.”
하니까,
“예끼, 이 어리석은 사람아. 어느 세상에 강탈해 가면서 고맙다 하는 놈이 있단 말이요? 당신은 나에게 돈을 받아가지고 ‘고맙소.’하고 인사를 하고 가지 않았소?”
도둑은 물론이요, 순사까지 감격이 극하여, 엎드려서 눈물 흘리는 도둑의 몸에서 포승을 끌러 놓았습니다. 그 후, 그 도둑은 주인집 고용인으로 있기를 자원하여, 일평생을 사는 동안에 주인보다 못하지 않은 좋은 인물이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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