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Published On: 2022년 12월 15일Categories: 문학, 수필0 Comments on 불친절한 친절(1930, 방정환)

불친절한 친절(1930, 방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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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 1930년 2월 20일 『어린이』 8권 2호에 발표

몹시 추운 겨울이었습니다. 며칠인지 오셔서 쌓인 눈까지 얼어붙고, 그 위로 스쳐 오는 바람은 살을 베어 가는 것처럼 아프고, 차고 하였습니다. 이 추운 날 깊디 깊은 산 속 길로 달음질쳐 가는 마차(나그네를 태워 가지고다니는 마차) 한 채가 얼음길 위로 미끄러져 내려가듯 빠르게 달아나고 있었습니다.
그 때, 그 산 속 길에서 젊은 여자 한 사람이 젖먹이 아기 한 사람을 안고 눈 위에 쓰러져 앉아 있다가 마차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간신히 일어나서,
“몸이 얼어서 당장 죽을 지경이니, 그 마차에 좀 태워 달라!”
고 하는데, 마차꾼이 보니까 그 부인은 몹시 얼어서 금방 죽을 것 같아 보였습니다. 마차에 태운다 해도 그냥 죽을 것같이 생각되었습니다.
마차꾼은 무슨 생각을 하였는지 마차에서 뛰어내리더니, 여자의 가슴 속에 껴안은 어린 아기만 빼앗아 마차 속에 있는 다른 부인에게 맡기고 쫓아 오르려 하는 여자는 등덜미를 잡아 밀어내려서, 그냥 길거리에 팽개쳐 놓고, 마차를 몰아가지고 달아났습니다.
이 의외의 일에 놀래인 여자는 눈이 뒤집힐 지경이 되어 미친 여자처럼 달아나는 마차를 쫓아가면서,
“이놈아, 이 죽일 놈아! 아기나 내어 놓고 가거라.”
하고, 악을 썼습니다.
그래도 마차꾼은 뒤를 자꾸 돌아보기만 하면서, 마차를 쉬이지 않고, 그냥 자꾸자꾸 달리었습니다. 그러나, 이상한 일로는 그 부인이 거의 거의 마차를 쫓아갈 만큼씩, 마치 골을 올리는 것처럼 조금씩 조금씩 달아났습니다.
그러다가 한 3리쯤 가서야 마차를 우뚝 세우고, 부인이 쫓아오기를 기다려서,
“자! 인제 올라 타십시오. 당신은 몹시 얼어서 그냥 태우면 당장 죽을 것 같기에 당신이 기운을 내서 다시 몸이 더워지고, 피가 돌기 시작하게 하려고, 일부러 걸어서 쫓아오게 하려고 한 것입니다. 보십시오! 당신은 한참 뛰었으니까, 이렇게 땀이 흐르고, 얼굴에 화색이 돌지 않았습니까? 인제는 살아나셨습니다.”
하였습니다.
급한 때에 얼른 태워 주기만 하는 것이 동정이 아닙니다. 이런 때 마차꾼의 의견이 아니었더면, 그 부인은 마차 속에서 얼어죽었을 것입니다. 이런 것을 ‘임기 응변’ 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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