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의 노래(1928, 방정환)
ㅁ 1928년 1월 『어린이』 6권 5호에 발표
하루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저녁 먹고 대문 닫힐 때가 되며는,
사다리 짊어지고 성냥을 들고
집집의 장명등에 불을 켜 놓고
달음질하여 가는 사람이 있소.
은행가로 이름난 우리 아버진
재주껏 마음대로 돈을 모으겠지.
언니는 바라는 문학가 되고
누나는 음악가로 성공하겠지.
아 ─ 나는 이담에 크게 자라서
내 일을 내 맘으로 정하게 되거든,
그 ─ 렇다. 이 몸은 저이와 같이
거리에서 거리로 돌아다니며
집집의 장명등에 불을 켜리라.
그리고 아무리 구차한 집도
밝도록 환 ─ 하게 불 켜 주리라.
그리하면 거리가 더 밝아져서
모두가 다 ─ 같이 행복되리라.
거리에서 거리로 끝을 이어서
점점점 산 속으로 들어가면서
적막한 빈촌에도 불 켜 주리라.
그리하면 이 세상이 더욱 밝겠지.
여보시오, 거기 가는 불 켜는 이여!
고달픈 그 길을 설워 마시오.
외로이 가시는 불 켜는 이여!
이 몸은 당신의 동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