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Published On: 2022년 12월 29일Categories: 문학, 수필0 Comments on 오빠의 일기책(1927, 방정환)

오빠의 일기책(1927, 방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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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 1927년 5, 6월호 『어린이』 5권 5호에 발표

순희는 오빠가 학교에서 돌아오지 않았을 때에, 가만히 오빠의 방에 들어가서 일기책을 뒤져 보니까 어저께 일기에 이런 말이 쓰여져 있었습니다.

누이동생은 무엇이든지 뒤져 먹기를 좋아해서 못 쓰겠다. 어저께 어머니가 주신 능금을, 나는 책궤짝 속에다 넣어 두었더니 몰래 꺼내 먹었겠지.

그 능금을 꺼내 먹은 사람은 복남인데 내가 먹은 줄 아는 것이 나는 분해서 견딜 수 없었습니다. 그래 그 일기에다 이렇게 썼습니다.

거짓말 잘하는 오빠! 복남이의 뱃속을 엑스 광선으로 비쳐 보시오. 어저께 먹은 능금이 아직도 조금 쯤은 남아 있을 터이니…….

그리고, 그 다음 장을 넘겨 보니까 또 이렇게 쓰여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화가 나서 누이동생의 반지를 건넌방에 있는 장농 둘째 서랍 속에다 감추어 두었다.
어쩐지 오늘 아침에 반지를 아무리 찾아도 없더니 오빠가 감추었구나! 하고 곧 건넌방에 가서 반지를 찾아오고 오빠의 책상 서랍에 있는 만년필을 집어다가 어느 깊숙한 곳에 감추어 버리고 또, 그 일기 끝에다,

오빠! 반지를 잘 간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 고마운 갚음으로 나는 오빠의 만년필을 감추었으니 찾아보시오.

라고 써 놓았습니다. 그리고, 또 그 다음 넘기니까,

남의 능금을 뒤져 먹기 잘하는 누이동생이니까 죄가 미쳐서 오는 학기 시험에는 꼭 낙제를 하겠지! 아이고, 재미있어라!

라고 쓰여져 있었으므로, 나는 또 그 끝에다, 무어요! 내가 낙제를 한다고! 그래 내가 낙제를 하면 오빠가 그렇게 좋겠소? 그렇게 마음씨가 사나우니까 오는 학기에 오빠가 꼭 낙제를 할 테니 조심하시오.

라고 써 놓았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장을 또 읽어 보니까,

누이동생은 열세 살이나 먹었건만 아직도 자리에 오줌을 싼다. 그렇게 안돼 먹은 계집애는 아마 이 세상에 없을걸!

이라고 쓰여져 있었습니다. 나는 너무도 기가 막히고 분해서, 기억해 두시오! 오빠가 이렇게 거짓말을 일기에 써 놓았으니 그 죄로 며칠 안 있어서 오빠는 중학교 야구 대회에 나갔다가 큰 망신을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나는 참 재미있게 보고 있을걸요!

이렇게 써 놓았습니다.
이제 오빠가 돌아와서 보면 얼마나 성이 나서 야단을 칠 테이니 그 때는 손뼉을 치면서 퍽 재미있게 구경을 하고 싶습니다. 나는 어머니 곁에 가서 가만히 있으면 아무 일 없을 테니까요. 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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