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먹은 값(방정환)
한 나그네가 길을 가다가 날이 저물어서, 길가 집에 하룻밤 자고 가기를 청하였더니, 있는 사랑에 거절하지는 못하고, 들어앉게는 하나, 인사하는 투로 보거나 여러 가지가 친절하지 못하고, 거만스럽고 야릇한지라 대단히 불쾌한데, 한방에 먼저 와 앉은 손님은 이 집 주인의 새 사돈이라 하여, 그에게만 대접을 융숭하게 하므로 나그네가,
“이 주인놈이 나중에 밥상을 층하를 지어, 저 사돈은 잘 먹이고, 나는 아무렇게나 먹일 눈치로구나!”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주인이 안으로 들어가더니, 머슴을 시켜서 사돈의 밥상을 먼저 썩 잘 차려 내 보내므로, 나그네가 사돈보다 먼저 일어나면서,
“나는 먼 길 오느라고 시장하여서, 실례지만 먼저 먹습니다.”
하고, 받아들고 앉아서 잘 먹습니다. 나중에 나오는 상은 나그네 상이라, 간장 하고 새우젓뿐인데, 사돈집에 와서 밥상 싸움을 할 수도 없어서, 그냥 그것을 받아들고, 억지로 씹어 삼키고 앉았습니다.
주인이 나와 보니까, 상이 바뀌어서, 미운 나그네가 아주 맛있게 먹는지라, 사돈께 미안하고 남부끄러워 어쩔 수 없으나, 별안간에 새로 차릴 수도 없고, 나그네가 듣는데 상이 바뀌었다 할 수도 없고, 그냥 그냥 그 밤을 지냈습니다.
이튿날 아침에는 아무것도 안 차린 나그네 상을 먼저 내보내고, 잘 차린 사돈상은 나중에 내보내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나, 눈치 챈 나그네는 밥상을 받기 전에 사돈보고,
“엊저녁에는 정말 시장하여서 염치 불구하고 먹었거니와, 오늘은 영감께서 먼저 잡수시지요.”
하고, 상을 자기가 받아다가 사돈의 앞에 놓았습니다.
사돈이,
“아니, 그 상은 내 상이 아니오.”
할 수도 없고, 그냥 덤덤히 받아들고 앉아서 억지로 먹고 있는데, 정말 잘차린 사돈상은 나중에 나그네가 받아들고 앉아서, 맛나게 먹었습니다.
주인이 나와서 그 꼴을 보고, 골이 어찌 나든지, 안에 들어가서,
“에이, 이놈의 집을 모두 헐어 버리고 말아야지. 부아가 나서 살 수가 있나?”
하고, 혼자 야단 야단하고 있었습니다.
잘 차린 상을 다 먹고 나서, 나그네가 머슴을 보고, 도끼를 잠깐 내어다달라고 조르니까, 주인이 나와서,
“도끼는 무엇하려고 그러느냐?”
하고, 물으니까,
“그렇게 잘 차린 밥을 두 끼나 얻어 먹고, 어찌 그냥 가겠습니까? 돈을 드릴 수는 없고, 주인댁 일이나 좀 해 드리고 갈밖에 없는데, 아까 들으니까, 이 집이 망한다고 모두 허물어 버리겠다 하시는 말을 들었기에, 밥 먹은 값으로 기둥이라도 찍어 드리고 가려고 그럽니다.”
하였습니다.
주인이 그만 잘못했노라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비는 것을 보고,
“여보, 아무리 길 가다가 잠시 묵어 가는 손이기로서니 그렇게 괄세를 한단 말이오.”
하고, 준절히 꾸짖어 놓고 떠나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