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절한 신사(1930, 방정환)
ㅁ 1930년 2월 『어린이』 8권 2호에 발표
구차하고 빈한한 사람들만 사는 빈민굴 동리 어구에서 학교에도 못 가는 가련한 아이들이 버선도 신발도 못 신고 맨발로 나와서 장난감 하나 없이 뛰어놀고 있는데, 그 쓸쓸스럽게 노는 꼴을 아까부터 물끄러미 서서 보는 남자가 한 분 있었습니다.
입은 의복도 너절하고, 모자도 신발도 너절하면서 주머니에는 무엇을 넣었는지 퉁퉁한데 여기서도 저기서도 허리를 굽혀서 무언지 자꾸 집어서는 주머니에 넣고 넣고 하고 있었습니다.
어린 사람들은 그가 무엇을 자꾸 집어넣는지 모르고 놀지만 지나가던 순사가 그것을 보고,
“하하, 저놈은 분명히 좀도둑질하는 놈이로구나.”
하고, 와락 달겨들어서,
“이놈아! 무엇을 훔쳐서 주머니에다가 넣었느냐? 모두 꺼내 보여라.”
하고, 눈을 무섭게 떴습니다.
“아니오. 무어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하고, 그는 놀래지도 않고, 빙그레 웃기만 합니다.
“무어든지 얼른 꺼내 보여.”
하는 꾸짖는 소리에 할 수 없이 자기 손으로 꺼내는 것을 보니까 유리병 깨어진 조각들이었습니다.
순사는 하도 어이가 없어서,
“아니, 그따위는 집어다가 무얼하는 거야.”
하니까,
“저 불쌍한 아이들을 보시오. 하나도 신발을 못 신고, 모두 맨발이 아닌가. 저 아이들이 놀다가 발을 다치면 어찌하오. 지나가다가 잠깐 주워 버리는 것이요.”
하고, 그는 다시 구부려 나머지 조각을 주웠습니다.
그 너절한 의복을 입은 신사는 한평생 구차한 사람과 불쌍한 어린 사람의 교육에 몸을 바치어 전 세계에 이름이 높은 페스탈로치 선생이시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