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 마음 성(性)(1927, 방정환)
ㅁ 1927년 3월 『어린이』 5권 3호에 발표
기차 속에는 별별 사람이 한데 섞여 앉아서 먼 길을 갑니다. 신문을 읽고 앉았는 사람도 있고, 팔짱을 끼고 남의 얼굴만 바라보는 사람도 있고, 담배를 퍽퍽 피우면서 옆에 있는 이에게 이야기를 거는 사람도 있습니다.
모두 심심하니까, 목소리가 조금 큰 사람이 있어도 모두 재미있어 하면서, 그 얼굴을 쳐다보고 앉아서 코를 고는 사람이 있어도 모두 그리로 시선이 쏠립니다. 기차 속은 재미있는 곳입니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어느 일본 사람이 귤을 먹다가 차 바닥에 떨어뜨려서 그냥 내버렸는데, 그 옆에 있는 조선 부인이 허리를 꾸부리고, 그것을 집어서 흙을 떨어 자기도 한 쪽 먹고 아기에고 두세 쪽을 주었습니다.
그것을 보고 일본 사람 내외는 얼굴을 찡그리다가 그냥 웃어 버렸습니다.
“조선 사람은 더럽고 불쌍하다.”
고 하면서 웃었습니다.
그 기차가 다음 정거장에서 쉬었을 때, 양복 입고 안경 쓴 점잖은 일인 신사가 올라탔습니다. 그이는 나무갑에 든 점심밥을 사 가지고 서너 젓가락 먹었으나 밥이 식어서 차니까 먹을 수 없으므로 도로 덮었습니다.
그러나, 그 밥과 반찬은 그대로 내어 버리기는 아깝던지, 그 옆의 걸상에 앉은 갓쓴 조선 사람에게 잠자코 내어 주었습니다. 보아하니 시골 구석에서 조밥이나 보리밥만 먹는 것 같음직하여서 깨끗한 쌀밥과 좋은 반찬을 주면 비록 식었더라도 달게 먹으려니 하였던 것입니다.
갓쓴 사람은 아무 말 없이 받아 들더니, 반찬 그릇과 밥그릇을 한꺼번에 몹시 내어던져 신사의 얼굴을 보기좋게 갈기었습니다.
“이놈아! 내가 갓은 쓰고 구식 사람일망정 너 같은 놈에게 업신여김을 받지 않는다.”
고 소리 질러 꾸짖었습니다.
일인 신사는 자기가 잘못한 일이므로 아무 말도 못하고 얼굴에 묻은 밥풀
을 뜯고 있었습니다.
